참여/소식
국유정담
놀이는 통시적이면서 공시적으로 전승한다. 통시적으로 전승한다는 것은 과거의 놀이가 변화하거나 소멸하며 새로운 놀이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고, 공시적으로 전승한다는 것은 지역에 따라 전승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놀이에 대한 연구에 비해, 요즘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에 대한 채록과 연구는 많지 않다. 필자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전국의 각 지역에서 입학한 학생들과 함께 요즘 초·중등학생들이 하는 놀이를 채록1하였다. 채록된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오늘날에도 아이들이 여전히 놀이를 즐기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는 전승의 과정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김솔, 노형곤, 박관수, 서연수, 신원식, 이세희, 이지영, 이지윤, 조민아, 『초.중등학생들의 놀이 문화(민속원, 2013.8). 이 저서에서는 주로 2013년 현재 초.중등 학생들에게 전승되는 놀이를 논의의 대상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스스로 자신들이 즐기는 놀이에 대한 소회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진: 이상호
요즘에는 컴퓨터와 모바일 게임의 종류가 많아 학생들은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이는 컴퓨터와 휴대폰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에도 아이들은 120여 종류가 넘는 많은 놀이들을 오프라인에서도 즐기고 있으며, 그중에는 과거부터 오랫동안 해온 놀이들도 있고 최근에 새롭게 행하는 놀이들도 있다. ‘숨바꼭질’, ‘술래잡기’, ‘연날리기’, ‘팽이 돌리기’, ‘말잇기’, ‘수수께끼’, ‘스무 고개’, ‘끝말 잇기’, ‘여우야 여우야’, ‘말뚝박기’, ‘고무줄 넘기’, ‘팔씨름’, ‘돌팔매질’, ‘눈싸움’ 등은 과거부터 전승된 놀이다. 최근에 접할 수 있는 놀이로는 초등학교 고학년 언니들이 동생들에게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네일아트’ 놀이가 있다. 이 놀이는 2011년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채록하였는데, 과거 어느 지역에서도 이 놀이는 없었다. 과거에는 매니큐어가 흔하게 사용되지 않았고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네일아트’ 같은 놀이는 대중적으로 할 수 없었다. 이전 세대에서는 아이들이 종이와 천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고 인형옷을 만들어 입히고 놀았다면, 매니큐어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요즘에는 매니큐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손톱을 이용한 놀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사회적 생활 양식이 놀이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게 한다.
사진: 이상호
사진: 이상호
지역에 따라서 놀이 명칭이 달리 불리고 놀이 방식도 다르게 행해진다. 다양한 지역에서 입학한 민족사관학교 학생들이 모여앉아 게임을 할 때 같은 놀이이지만 각자 기억하는 명칭과 규칙이 다를 때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앞빵뒤빵’이 있다. ‘앞빵뒤빵’은 편 가르기 게임으로 인천 연수구에서 채록하였다. 그런데 각지에서 입학한 학생들은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면서 놀이를 진행했다. 서울, 안양, 부천, 대전 등지에서는 “데덴찌”라고 부르고, “묵찌”를 쓰기도 한다. 대전 서부 지역에서는 “우에 시다리”, 안양에서는 “엎어라 뒤쳐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충남 보령에서는 “앉았다 일어났다 하나 둘 셋”이라고 외치기도 하고, 인천 안에서는 “엎어라 뒤집어라 한 판”이라고 한다. 전남 목포에서는 “쓸마노요 되는대로요 쓰마치 내놓기요”, 수원에서는 “엎어라 뒤집퍼”, 경주에서는 “펜, 펜, 펜, 펜더소라, 위로 밑으로”라고 소리를 한다. 창원에서는 “하늘 땅”, 충주 지역에서는 “하늘하늘하늘 땅”, 대구에서는 “뺀다뺀다또뺀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알코르세요”, 전주에서는 “으라으라쎄야”, 익산에서는 “편먹고먹기 먹는대로먹기 삐치면빼기 못살아도살기”, 부산은 “젠디 제엔디”, 이천에서는 “엎어라 짚어라”, 춘천에서는 “엎어타기 먹을까 지금 말곤 말 못해” 원주에서는 “엎었다 뒤집었다”라고 외친다. 이렇게 지역별로 다양하게 사설을 붙이는 놀이는 흔하지 않지만, 여러 지역에서 다른 용어를 사용하며 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경찰과 도둑>
놀이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3명이다. 경찰 1명과 도둑 2명 이상이다. 인원이 많아지면 경찰이 1명 이상이 될 수 있다. ‘가위바위보’로 경찰이 정해지면, 아지트와 감옥을 정하고 경찰이 모든 도둑들을 감옥에 가두면, 놀이는 종료된다. 그러나 모든 도둑들을 다 가두지 못하더라도, 대다수가 놀이에 싫증을 느끼거나 지쳐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도둑들을 다 가두고 나서도 가위바위보로 경찰을 정하고 다시 놀이를 재개할 수 있다. 이 놀이는 술래가 다른 사람들을 잡으러 다닌다는 점에서 ‘실숨(실내 숨바꼭질)’, ‘얼음땡’, ‘탈출’ 등과 유사하다. 그리고 술래는 한 명이고, 술래가 찾으러 다닐 때, 그 술래가 눈에 띄면, 다음 술래가 된다는 점에서는 과거 ‘술래잡기’와 유사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명이 넘어야 놀이 진행이 원만하다. 1명이 술래가 되고, 나머지 놀이자는 잡히는 사람이 된다. 긴 공간이 있어야 놀이 진행이 가능하다.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한다. 술래가 된 사람은 벽을 보고 기대어 있고 다른 놀이자들은 멀리 떨어져 선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치는 사이 다른 놀이자들은 술래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술래가 뒤를 돌아봤을 때 다른 놀이자들은 동작을 멈추어야 한다.
부모 세대에는 하나의 규칙이 더 있었다. 놀이자 중 하나가 술래를 치고 도망갈 때 술래가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술래는 뒤돌아서 “멈춰”라고 외친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멈춰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가 간략해진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위해 구호를 추가한 경우도 있다. “무궁화 꽃이 똥을 쌉니다”라고 구호를 외쳤을 때는 똥을 싸는 자세를 취해야 된다. “무궁화 꽃이 빙빙 돕니다”라고 구호를 외치면 술래가 뒤 돌아봤을 때 놀이자들은 제자리에서 돌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구호가 바뀌면서 동작이 바뀌기도 한다.
<얼음땡>
30살 아이들의 놀이터에서 간단하게 놀이하는 것을 채록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 3명이지만, 6명이나 7명이 모이기도 한다. 술래와 잡히는 사람으로 구분이 되는데, 술래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한다. 술래가 된 사람이 잡으러 가기 전에는 “술래가 간다. 이, 오, 십”이라고 외쳐야 한다. 나머지 놀이자가 술래에게 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얼음”을 외칠 수 있다. 술래를 제외한 놀이자들이 모두 얼음의 상태가 되면, 놀이자들까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술래가 된다. 이 놀이는 교실 안에서는 안 되고 주로 운동장에서 해야 한다. 술래가 오랫동안 오지 않으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술래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도망가기도 한다.
이전 세대에서는 ‘얼음땡’이라는 놀이가 없었고, 모두 ‘술래잡기’만 했었다. ‘얼음땡’과 ‘술래잡기’의 차이점은 얼음이라는 규칙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얼음땡’은 학교에서 행하는 놀이인데, 학교 교실 내에서 뛰는 것을 금지했다. 그래서 개발한 놀이가 ‘걷기 얼음땡’이다. 기본 규칙은 동일하나, 뛰지 않고 걷는다. 실내에서 할 수 있도록 개발한 놀이다.
‘술래잡기’가 변화되어 ‘경찰과 도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미끄럼틀 괴물’ 등이 개발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진행되기도 한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말한 후 해바라기를 외치면 나머지 놀이자들은 술래에게 다가가 해바라기 모양을 한 채로, 할머니라고 외치면 구부정한 자세로 멈추어 서야 한다. 또 놀이터에 가면 미끄럼틀 근처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형태의 놀이를 볼 수 있다. 술래는 미끄럼틀 아래에 앉아있고, 나머지 놀이자들은 미끄럼틀 위에서 놀이를 시작한다. 놀이자들 몇 명이 신발을 미끄럼틀 아래, 술래 바로 뒤에 놓은 후 그것을 되찾는데, 이때 신발 켤레 수는 놀이자들이 합의하여 결정한다.
사진: 이상호
<야 너 임마>
모두 둥그렇게 둘러 앉는다. 제일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아무 사람이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야”라고 하면 놀이가 시작한다. 이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말을 못한다. 이때 “야”라고 지목을 받은 사람이 “너”라고 외치게 되면, 그 사람은 탈락이다. 성인이 이 게임을 술게임으로 할 경우 진 사람은 술을 마신다. 술게임이 아닐 때에는 한 번 진 사람은 반 개, 두 번 진 사람은 개, 세 번 진 사람은 고양이, 네 번 진 사람은 아메바, 다섯 번 진 사람은 미친X가 된다. 여기서 반 개는 개의 전 단계로 경고의 의미를 말하며 개가 된 사람은 “멍”, 고양이가 된 사람은 “야옹”만 말할 수 있고 아메바가 된 사람은 말없이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 미친X가 된 사람은 놀이 진행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야, 너, 임마”를 외치며 다른 놀이자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고, 나머지 놀이 참여자들은 미친X를 놀이 순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순서를 뛰어넘어 놀이를 진행한다.
이 놀이는 ‘공공칠빵’이라는 놀이와 유사하다. ‘공공칠빵’과는 다르게 ‘야 너 임마’에서는 미친X, 강아지, 아메바, 고양이라는 요소들이 재미있게 추가되는 것으로 보아, ‘공공칠빵’에서 ‘야 너 임마’가 나왔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30여 년 전 세대는 ‘야 너 임마’ 대신에 ‘공공칠빵’이라는 놀이를 주로 했었다.
<선생님 놀이>
‘선생님 놀이’는 실감이 나도록 회초리가 있으면 좋다. 선생님과 학생으로 역할이 나뉜다. 주로 참여 인원이 4명 내지 6명일 때 놀이가 재미있다. 놀이를 위해 지위를 정한다. 선생님이 각종 지시를 하는데, “여기 반장 누구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별명을 짓는다.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다양한 장난으로 이루어지는데, 학생들끼리 장난을 주고받는다. 이 놀이를 채록할 때 아이들은 선생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 놀이는 ‘학교놀이’와 유사하며, 이와 유사한 흉내내는 놀이로 ‘소꿉놀이’, ‘엄마 아빠 놀이’ 등이 있다.
<딸기 놀이>
3, 4명이 참여하면, 놀기가 좋다. 참가자들이 놀이에 참여하기 전에 “딸기가 좋아, 딸기가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라고 구호를 외친다. 구호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며, 첫 번째부터 네 번째 구호까지는 총 네 박자고, 다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 구호까지는 총 여덟 박자이며, 박자마다 정해진 몸동작이 있다. 이들 구호, 박자, 동작이 틀리게 되면 놀이에서 지게 된다. 유사한 놀이로 ‘후라이팬놀이’가 있는데, ‘후라이팬놀이’는 4박자로 이루어진 “팅팅팅팅 탱탱탱탱 팅팅 탱탱 후라이팬놀이”라는 구호로 시작한다. 이 놀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오래전부터 조금씩 변화되면서 전승된 노래로 추정된다
놀이는 문화의 산물로 여전히 전승되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놀이판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은 서로 다양하게 결합하고, 각 놀이는 행위와 선율, 사설이라는 유기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이러한 놀이들은 그 시대와 지역의 삶과 정서를 반영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또 새롭게 변화해 가며 사람들의 삶과 호흡을 함께하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의 웃음과 또래 문화 속에서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 『초·중등 학생들의 놀이문화』, 민속원,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