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데덴~찌!”
“앞쳐 뒤쳐 앞쳐 뒤쳐 주먹 가위 주먹 가위!”
“편뽑기 편뽑기 장끼세요 알코르세요 쫄지 마 쫄지 마 우라우무떼 소라이미치미치 개미똥꾸녘!”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편가르기 말은 무엇이었을까? 인터넷에는 지역별 편가르기에 사용되는 표현들을 정리한 지도나 지역별 말을 정리한 사이트가 여럿 있다. 아이들의 놀이가 갖는 보편성은 전 세계를 아우를 정도로 넓고 범박하여 어느 지역에나 비슷한 놀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특수성을 주목하면 문화권과 언어권, 지역 공동체와 매우 작은 소집단에 이르는 수준까지도 차이를 말할 수 있고 그 차이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역’이라는 기준으로 ‘차이’를 살펴보겠지만, 굳이 국가나 민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언어적 차이를 기반으로 그 묶음들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지역주의나 국가주의, 민족주의적 시각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놀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들이 누리는 환경과 자연, 문화와 언어, 음악이 고스란히 놀이에 담기기 때문에 그 사람에 주목하고자 함이다. 여러 요인에 따라 변주되는 놀이의 창의성과 다양성,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살아있는 놀이 문화와 건강한 문화적 지평이 우리가 지속하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오른쪽. 제주 조천읍 김부자 씨의 공기놀이
사진: 김혜정
아이들의 놀이 도구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선택된다.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굴러다니는 돌이 비사치기의 도구가 되었다. 나무를 이용한 자치기나 팽이치기 등 주변의 자연물들은 좋은 놀이 도구였다. 그런데 지리적 특성에 따라 자연 환경은 지역마다 달라진다. 굴러다니는 돌조차 지역에 따라 성질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의 공기놀이에서 공깃돌은 둥글고 잡기 쉬운 크기의 돌이 사용된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그런 돌이 화산석이었다. 그래서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미끄러짐이 적어서 조금 더 세밀한 놀이가 가능했다.
제주도 놀이 연구가 현향미 씨는 화산석의 공깃돌을 산처럼 쌓아두고 돌잡기 방식을 변주하여 다른 공깃돌로 산을 무너뜨리고, 떨어져 나온 공깃돌을 주워 따먹는 방식으로 놀았다고 한다. 또 조천읍의 김부자 씨는 공깃돌 세 개를 쌓는 방식으로 놀았는데, 이것을 ‘솥단지 앉히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놀이 변주는 모두 재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나무 산지인 담양에서는 대나무로 죽마를 만들어 노는 일이 흔했다. 또 썰매를 만들거나 물총을 만들 때도 대나무가 활용되었다. 또 해안 지역 아이들에게 조개껍질이나 소라 뚜껑(장꼭)은 윷놀이나 땅따먹기의 좋은 놀이 도구가 되었다. 둥그런 팽나무 열매는 총알로 활용되었고, 질경이풀은 제기차기의 제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었다.
우리는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를 구사한다. 언어의 차이는 놀이의 명칭과 용어, 노랫말에 그대로 담긴다. 지역에 따른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러한 언어적 표현에서 드러난다. 놀이의 이름부터가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숨바꼭질을 곱을락이라 하고 보물찾기는 곱질락이라 한다. 곱은 ‘숨다’는 뜻이고, ‘락’은 동작을 의미하니 ‘곱을락’은 ‘숨기’, ‘곱질락’은 ‘숨기기’가 되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편가르기의 구호도 지역별로 다르다. 놀이에 사용되는 말, 놀이의 명칭은 모두 해당 지역의 언어적 표현에 기반한다. 아이들의 언어이니 더욱 직관적이고 강력한 평상어들이다.
전국적으로 놀이꾼들이 상대방의 놀이꾼을 뺏어 오거나 자격을 따지는 놀이를 하는데, 비슷한 표현들이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 노랫말은 그 지역 사람들의 말투를 닮았다. 노랫말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무슨 갓을 씨고 왔노?나: 통양 갓을 씨고 왔다 (경상북도 영덕)
가: 무슨 갓을 씨구 왔나?나: 통영 갓을 씨구 왔다 (충청북도 음성)
가: 무슨 갓 썼냐?나: 독 갓 썼다 (충청남도 홍성)
가: 뭔 갓을 썼는가?나: 통영 갓을 썼네 (전라남도 영광)
언어유희도 기본적인 내용과 형식은 유사하지만 실제 표현 방법은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다. 아래에 강원도 양구의 말꼬리 잇기와 제주 애월의 말꼬리 잇기의 유사 부분을 비교해 보았다.
까마구믄 너불대지가마구믄 놉든다
너불대믄 무당이다놉드믄 심방이여
무당이믄 뛴다심방이믄 굽뚜드린다
뛰믄 베룩이지굽뚜드리믄 철쟁이여
(강원 양구)(제주 애월)
강원도에서는 무당이라 하지만 제주도의 무당은 심방이라 부른다. 강원도의 무당은 강신무 계열인지 뛴다고 표현되어 있다. 반면 제주도의 심방은 ‘두드린다’고 표현하고 있어서 악기 연주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뛰는 것은 벼룩으로, 두드리는 것은 꼬리를 아래로 까딱대는 잠자리(철쟁이)로 이어지는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사투리의 문제가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마다 달라지는 더 많은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사람을 선발하거나 상대방 팀에서 놀이꾼을 뽑아오는 형태의 놀이는 보편적이다. 그러나 무엇을 뽑는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내륙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놀이는 동아나 외, 호박과 같은 농작물로 비유하는 형태다.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경상북도에서 동애따기가 조사되었고, 경상북도와 전라남도의 내륙에서 외따기가 조사되었다. 동애는 박과에 속하는 식용약초 ‘동아’의 사투리다. 따라서 지역에 따라 동아따기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외는 오이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동애 따세 동애 따세동애 동창 동애 따세
우리 동애 못 따느니못 딴 동애 내 따냄세
넝출이 성해서 못 따느니넝쿨이 성해도 내 따냄세
기가 찔기 못 따느니연약헌 내 홀목 다 잘카져도
못 딴 동애 내 따냄세우리 동애 못 따느니
(전라북도 남원)
때로 송아지나 닭과 같은 가축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경상북도 월월이청청 계열 놀이에서는 ‘우리 송아지 어디 갔노’라고 외치며 술래가 뛰어다니면 놀이꾼들은 ‘음메~’ 소리로 울면서 앞 사람의 허리를 붙잡고 떼어지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놀이를 한다.
가: 저 달 봤나나: 난도 봤다
가: 저 해 봤나나: 난도 봤다
가: 저 구름 봤나나: 난도 봤다
<중략>
가: 우리 송아지 어디 갔노나: 음메~~~~
(경상북도 영덕)
전라남도 진도와 해남 등지에서는 ‘쥐’를 잡는 것으로 묘사되면서 농작물을 망치는 대상을 잡아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상남도 거제에서는 놀이꾼이 미역으로 표현된다. 바다를 접한 지역에서 귀하게 여긴 것을 그대로 놀이에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 뭣하로 왔는고나: 미역캐로 왔다네
가: 몇 단이나 캤는고나: 쉰 닷 단 캐었다네
가: 날 한 단 주라모나: 이집 저집 다 나가고 작아서 몬 주겄네
(경상남도 거제)
놀이꾼을 뺏거나 선발하는 놀이들은 대체로 수확과 관련되어 있다. 미역이든 호박이든 송아지든 많이 잡아서 풍요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 쥐를 잡아 풍요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픈 마음이 모두 같다. 다만 무엇으로 풍요를 이룰 수 있는지의 상황이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 내의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소재가 노래되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놀이 방식에 다른 노랫말이 노래된다. 놀이꾼을 선발하는 일본의 노랫말 두 가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유형이 우리에게 ‘꽃 찾으러 왔단다’로 번역된 유형으로, 교토의 유흥 문화와 관련성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유형은 (나)와 같은 유형이며 이는 일본의 도깨비(오니) 설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가) 高砂市
ふるさとまとめて花いちもんめ고향 합쳐서 꽃 한 냥
ふるさとまとめて花いちもんめ고향 합쳐서 꽃 한 냥
△△ちゃんとりたや花いちもんめ△△짱 갖고 싶은 꽃 한 냥
××ちゃんとりたや花いちもんめ×× 짱 갖고 싶은 꽃 한 냥
勝ってうれしい花いちもんめ이겨서 기쁜 꽃 한 냥
負けて悔しい花いちもんめ져서 분한 꽃 한 냥
(나) 伊丹市
鬼: 「子買お子買お」아이사요, 아이를 사요
他: 「何もんめで買いなさる」얼마로 사시나요?
鬼: 「ーもんめで買いましょう」1냥으로 삽시다
他: 「そりゃ安い」그건 싸다
鬼: 「二もんめで買いましょう」2냥으로 삽시다
他: 「そりゃまだ安い」그것도 아직 싸다
鬼: 「十もんめで買いましょう」열냥으로 삽시다
他: 「そんなら売りましょう、どの子が欲しござる」그렇다면 팝시다. 어느 아이가 갖고 싶으신가요?
鬼: 「△△さんが欲しござる」△△짱이 갖고 싶소
他: 「もろうて何しやる」데려다 뭐 할래
鬼: 「二階で手習い」2층에서 가르칠래
他: 「あぶない」위험해
鬼: 「その下で手習い」그 아래에서 가르칠래
他: 「手が汚れる」손이 더러워져
鬼: 「水で洗う」물로 씻어라
他: 「つめたい」차가워
鬼: 「いい加減でうめてやれ」적당히 가감해서 미지근하게 해
他: 「そんなら売りましょう」그렇다면 팔지
아이들의 놀이지만 어른들의 문화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설화와 연결되기도 한다. 즉 해당 공동체가 원하는 지향이나 철학적 사고방식 등이 아이들의 놀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흥미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놀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놀이하는 즐거움 속에 더 깊이 뭔가를 새겨줄 수도 있는 것이 놀이이지 않을까?
사진: 김혜정
무엇보다 강력한 것은 놀이 노래에 담기는 감정이다. 노랫말의 내용과 정보보다 감정의 영역은 훨씬 힘이 세다. 놀이 노래에서 음악은 주로 신명을 강화시키고 리듬감과 반복성을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그 어법이 해당 지역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공동체가 공유하고 공감대를 만들기 쉽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언어가 다른 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일본의 노래와 한국의 노래가 다른 것은 두 국가의 언어가 다른 것만큼의 차이가 있다. 박자 사용이 다르고 음계와 선법이 다르다. 즉 두 지역은 슬픔의 언어와 기쁨의 언어, 즉 감정적 표현이 다르다. 철학이 다르고 사회적 질서와 지향이 다르다. 그 모두를 품고 있는 것이 놀이다.
공동체의 철학과 지향을 담은 놀이인지에 대한 고민 한 자락
차이는 분명하다. 그 차이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경상도의 언어와 전라도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은 우리에게 다양성의 사례로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놀이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이해하는 자세는 더 많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불러올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놀이는 끊임없이 변주된다. 노랫말과 표현, 놀이 도구 역시 매번 변화된다. 사람들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언어권과 문화권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고, 세상이 바뀌는 만큼 놀이의 모든 것들이 바뀐다. 이와 같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다만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계기들이 있다면 거기에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가고자 하는 철학과 지향을 담은 놀이인지에 대한 고민 한 자락이 필요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