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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을, 겨울호-가족오락관]대동놀이, 공동체가 함께하는 축제의 놀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6-03-18 조회수 : 249
대동놀이, 공동체가 함께하는 축제의 놀이
글. 한양명(국립경국대학교 문화유산학과 교수)

대동놀이를 비롯한 공동체의 놀이 민속은 근대 이후 생산양식의 변화와 일제의 강점,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전승이 중단되거나 전승력이 약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연구자, 문화활동가 등에 의해, 이미 사라졌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민속을 재현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1958년에 시작된 민속예술경연대회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의 제정에 따른 무형유산 지정 그리고 1960년대 이후의 다양한 문화운동과 지역축제 등은, 민속을 재현하고 그 전승을 담보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놀이 민속은 곧잘 재현의 주체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고 변형되었으며 재맥락화되었다. 재맥락화는 탈맥락화와 연동되는 것으로서, 탈맥락화가 민속을 전유(appropriation)함으로써 시작된다면 재맥락화는 전유의 과정이자 결과로서, 민속이 전과 다른 문화적 맥락에 편입되어 전승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1960년대 이후 재현된 대동놀이 가운데 상당수는 ‘탈맥락화-재맥락화’된 것으로서 재현 전의 그것과 적잖이 다른 민속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전통 사회에서 전승된 대동놀이의 개념과 유형, 축제성 등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전승되는 대동놀이의 변화상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되어보려고 한다.

3·1 민속문화제-영산 쇠머리대기, 2002년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3·1 민속문화제-영산 쇠머리대기, 2002년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대동놀이의 개념

민속놀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2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며, 전승 집단의 규모에 따라 대동놀이와 소집단 놀이, 개인(상대) 놀이로 나누어볼 수 있다. 대동놀이는 일반적인 놀이와 달리 함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 아래 이루어지는 놀이로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비일상적 시공간에서의 연행(演行)
2.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의 참여와 후원
3. 소속 공동체에 대한 강한 귀속감
4. 차별적 인간관계의 약화 또는 무화(無化)
5.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 추구

<편쌈하는 모양>,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모사복원품 | 김준근 / 소장: 국립민속박물관
<편쌈하는 모양>,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모사복원품 | 김준근
소장: 국립민속박물관

대동놀이는 명절이라는 축제의 시공간에서 행해진다. 축제의 시공간은 일상과 대국적(對局的) 관계에 있는 비일상적 시공간이다. 비일상적 시공간에서는 개별적 자아보다 공동체적 자아가 우선되고, 일상적 인간관계의 차별성이 약화되거나 사라지기 마련이다. 대동놀이는 바로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닌 비일상적 시공간에서,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의 참여와 후원 아래 이루어지는 놀이다. 또한 경쟁적인 놀이인 편싸움(便戰)은 놀이패를 둘로 나누어 벌이는데, 같은 편 사람들은 강한 귀속감으로 결합해서 공동체의 명예를 걸고 참여하게 된다.
대동놀이를 특징짓는 또 다른 면모는, 연행의 목적이 대개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추구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성격은 줄다리기나 강강술래처럼 놀이 자체가 풍요·다산을 축원하는 주술 종교적 의미를 갖는 경우, 그리고 놀이의 결과를 통해 새해의 길흉을 예측하는 점세(占歲) 관행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동놀이의 유형

전통 사회의 지연 공동체는 크게 보아 마을과 고을, 나라로 구성되었다. 이 가운데 공동체 축제를 전승한 곳은 주로 마을과 고을이다. 축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대동놀이 역시 마을과 고을을 기반으로 전승되었다. 따라서 전승 기반을 기준으로 대동놀이를 <마을형>과 <고을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마을형>과 <고을형>은 다시 외집단(外集團)의 참여 여부에 따라서 <열린마을형>과 <닫힌마을형>, <열린고을형>과 <닫힌고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닫힌마을형>은 한 마을 또는 두 마을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대동놀이로서 연례적으로 행해지지만, <열린마을형>은 하나의 중심 마을과 여러 개의 주변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로서 비연례적인 경우가 많았다. <열린마을형>의 중심지는 대개 큰 마을로 인적, 물적 기반이 튼튼한 곳이었다.
한편 <고을형> 대동놀이가 벌어진 곳은 고을의 정치, 문화, 상업, 군사, 교통 등의 중심지인 읍치(邑治)이다. 평시에는 읍치를 구성하는 마을이 참여하는 <닫힌고을형>의 대동놀이를 벌이다가 특별한 계기, 예컨대 풍년이 들어 시절이 좋거나 가뭄이나 역병으로 시절이 나쁠 때 그리고 무언가 기념할 일이 있을 때, 고을에 속한 마을과 인근 고을의 일부 주민까지 참여하는 <열린고을형>의 대동놀이를 벌였다. 대동놀이의 유형을 경쟁의 유무에 따라서 <경쟁형>과 <자족형>으로 나눌 수도 있다. 재판놀이와 탈놀이, 낙화놀이 그리고 강강술래를 비롯한 여성들의 집단적 가무놀이 등은 승부를 겨루지 않는 <자족형>에 속한다. 이들 놀이를 제외한 놀이는 경쟁적인 놀이, 즉 편을 갈라서 승부를 겨루는 편싸움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편싸움 형식의 대동놀이는, 승부의 결정 방식에 따라 <당기기형>, <밀기형>, <밀고 당기기형>, <먼저 도달하기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당기기형>의 놀이로는 줄다리기가 유일하다. 줄다리기는 양편이 서로 놀이의 도구인 줄을 당겨 자기편으로 끌어옴으로써 승부를 결정하는 놀이다. 다음으로 <밀기형>은 상대편을 밀어붙임으로써 승부를 결정하는 놀이다. 여기에는 석전(石戰), 차전, 쇠머리대기, 횃불싸움, 박시싸움 등이 포함된다. 이들 놀이는 돌팔매, 동채, 쇠머리, 횃불, 맨몸 등의 수단을 이용해 상대편과 접전을 벌이고, 상대편을 밀어붙여 물리침으로써 승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밀기형>에 속하는 놀이에서 가장 격렬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안동 하회선유줄불놀이 / 제공: 한양명
안동 하회선유줄불놀이
제공: 한양명
기지시 줄다리기, 2014년 / 출처: 당진시
기지시 줄다리기, 2014년
출처: 당진시

다음으로 <밀고 당기기형>은 상대편을 밀어붙이는 요소와 끌어당기는 요소가 복합된 놀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경상북도 영천 지역에서 전승되었던 곳나무싸움이 유일하다. 곳나무싸움은 줄을 당길 때 암수 줄을 결합하는 데 사용한 ‘곳나무’를 뺏고 빼앗기며, 숨기고 찾는 놀이다. 이 과정에서 역동적인 추격전이 전개된다. 한편 <밀고 당기기형>의 놀이는 목표 지점에 먼저 이르는 편이 이기는 놀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놀이로는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에서 전승되었던 달봉뛰기와 울진의 해안지역에서 전승된 놀쌈 등이 있다. 달봉뛰기는 두 편이 각각 ‘달봉’이라는 막대를 앞사람에게 계속 던져서 목표 지점에 먼저 도달하는 쪽이 이기는 놀이고, 놀쌈은 여러 마을이 ‘야거리’와 ‘떼배’ 등을 이용해 바다에서 벌이는 배 경주다.

대동놀이의 축제성

우리의 축제는 주로 계절과 해의 바뀜 그리고 생업력(生業曆)상의 전환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축제를 포함하는 시간의 마디는, 이처럼 자연의 변화와 생업의 주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로서, 시간을 질서화, 체계화하는 한편 삶에 리듬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동놀이는 축제의 놀이이므로 그 의미도 상당 부분 축제와 겹칠 수밖에 없다. 하비 콕스(H. Cox)는 축제의 구성요소를 일상과 구별되는 대국성(對局性), 무엇이든 넘쳐나는 과잉성, 축의적(祝儀的) 긍정성 등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동놀이를 축으로 하는 축제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신명풀이를 통해 세계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데 있다. 인간이 이룩한 문화와 문명은, 인간의 본원적 생명력인 신명을 억압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동시에 그 억압을 풀어주는 통풍장치를 갖고 있으며, 축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축제는 삶을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이 집단적으로 억압된 신명을 풀어내는 문화적 장치임을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축제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놀이와 예술 활동을 통해서 집단적 신명풀이를 체험하고 그 정점에서 세계와 자기 존재를 긍정하게 된다.

안동 차전놀이 / 제공: 한양명
안동 차전놀이
제공: 한양명

이와 같은 축제성은 당연히 축제의 중심적 연행 가운데 하나인 대동놀이에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시공간적 배경과 놀이 종목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대동놀이를 통해서 빈부, 남녀, 노소, 사회적 지위의 고하, 가족 및 친족 관계의 상하 등 일상적 구분이 희미해지고 놀이 안에서 평등한 축제인(Homo Festivus)이 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16세기의 선비 홍성민(洪聖民, 1536~1594)이 어느 해 대보름 경주부에서 경험한 석전은 이런 양상을 잘 보여준다. 그가 남긴 글(『졸옹집(拙翁集)』, 권6)을 보면, 경주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는 대보름 축제의 현장에서 좌우로 편을 나눠 석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자식이 아비에게, 아우가 형에게, 친척이 친척에게, 이웃이 이웃에게 돌을 던졌다. 이들이 혈연과 일상적 관계에 개의치 않고 승부를 겨룰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편에 속해 축제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동놀이가 벌어지는 축제의 시공간에서 윤리와 도덕, 법 등에 구속된 일상적 자아가 사라지고 소속 집단(편)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자아가 수립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 참가자들은 일상적 규범과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일상적 잣대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일도 허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줄다리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성현의 현령을 지낸 조면호(趙冕鎬, 1804~ 1887)가 남긴 『옥수집(玉垂集)』에는 새해맞이 축제의 일환으로 벌어진 줄다리기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시공간의 속성과 의미의 변화, 지연을 바탕으로 한 축제적 연대, 일상적 차별의 약화와 무화, 언어의 축제화와 축제적 웃음 등 대동놀이의 축제성이 잘 드러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여성의 적극적 참여와 축제적 웃음이다. 여성을 ‘외간 남성으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존재’, ‘주로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존재’, ‘가급적 놀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규정한 사회에서, 의성현의 줄다리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은 이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 놀이판에서 여성은 공개된 장소에서 남성과 함께 줄을 당길 뿐만 아니라, 상대편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치마에 돌을 담아 주저앉을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남성과 함께 “남부야! 북부야!”를 목청껏 외치고, 함께 웃으며 놀이를 즐기는 축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녀유별과 내외법(內外法)이라는 윤리적 강제는 그 의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축제의 현장은 비속어와 성적 표현이 난무하는 장이었다. 비속어는 대개 사적인 공간에서 사용되고 성적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중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비속어와 성적 표현을 구사하고, 상대편을 모욕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것은 일상적 공간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축제의 공간에서 상대편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은 오히려 그릇된 것으로 간주된다. 문화가 강제한 도덕과 윤리의 탈을 벗으면 벗을수록 축제적 인간이 되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줄다리기 현장에서 주고받는 비속어와 성적 표현은 축제성의 언어적 표출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시시때때로 터지는 집단적 웃음이다. 비속어를 주고받으며 상대편을 희롱하면 축제판은 곧 웃음판이 된다. 『옥수집』에서는 이런 모습을 “두 줄(편)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크게 웃으니 물결이 일렁이고 산이 무너지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집단이 터뜨리는 웃음은 그 크기만큼 강한 전염성을 갖는다. 모두가 웃음으로 하나 되는 상황, 나의 웃음이나 너의 웃음이 아니라 공동체의 웃음을 통해 사람들은 점차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신명 나는 축제의 흐름에 빠져들 수 있다. 바흐친(M. Bakhtin)이 말했듯이 축제의 핵심은 웃음에 있고, 이 웃음은 모든 사람의 웃음으로서 보편적이고 포괄적이며, 여러 가지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에 이르는 길을 제공한다. 대동놀이는 이처럼 집단적 웃음과 신명풀이를 통해 일상의 지배적 가치를 상대화하고, 문화적 강제와 경계를 허무는 축제적 장치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광주 칠석 고싸움놀이, 1996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광주 칠석 고싸움놀이, 1996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