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2025 가을, 겨울호-가족오락관]문화의 본질 놀이, 우리의 놀이 문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6-03-18 조회수 : 378
문화의 본질 놀이, 우리의 놀이 문화
글. 정형호(무형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민속학회 회장)

OTT 드라마 <오징어 게임> 1~3편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놀이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줄다리기,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비석치기, 줄팽이놀이, 공기놀이, 짝짓기, 숨바꼭질, 줄넘기 등으로 다양하다.
이 놀이들은 전부 승부놀이로서 잡기, 당기기, 맞추기, 노래와 춤추기, 이동과 정지, 치기, 던지기, 돌리기, 잡기와 뒤집기, 짝짓기, 찾기와 쫓기, 넘기 등 다양한 놀이 방식이 등장한다.
이런 놀이 방식은 전 세계에 분포하는 놀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의 놀이가 전 세계에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K-컬처가 전 세계에 다양하게 퍼져가는 데 이제는 놀이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

<창우보삭(倡優步索)>, 『기산풍속화첩』 | 김준근 /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창우보삭(倡優步索)>, 『기산풍속화첩』 | 김준근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놀이의 현대적 의미

이렇게 우리 놀이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한편으로 아쉬움이 드는 것은, 놀이의 ‘죽는다’를 실제로 잔인하게 죽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놀이를 하며 “너 죽었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것은 놀이에서 규칙을 어기거나, 승부에 졌을 경우에 놀이판에서 잠시 제외되는 상태를 지칭한다. 그것을 진짜 죽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극한에 몰린 빈민들의 돈에 대한 집착을 부각시키면서, 한편으로 이를 유희처럼 즐기는 부유층의 폭력성을 대비시키고 있다. 원래 놀이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데, ‘굳이 이렇게 살벌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아심이 든다. 다만 죽음과 삶의 아이러니를 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죽음의 미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현대에 와서 집안이나 직장에서 “놀지 말고 〇〇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앞의 놀이는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부정적인 대상이란 인식이 깔려 있으며, 뒤에 나오는 말은 ‘일’이나 ‘공부’ 등으로 긍정적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놀이가 이렇게 부정적인 대상이 된 것은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놀이가 철저히 삶과 분리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논다’는 것은 넓은 의미로 놀이 자체뿐만 아니라 노래, 춤, 음악, 연희, 의식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농악을 치거나, 탈춤 및 인형 놀이를 하거나, 굿판을 벌이거나, 줄을 타거나, 마을 제사를 지내거나, 소리판을 벌일 때도 “한바탕 놀아보자”라는 말을 한다. 놀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책에서 놀이가 문화의 본질이며, 인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잘 노는 민족이며, 노래와 춤, 놀이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다 같이 어울려 놀이하면서 역사적인 고난이나 삶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현실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며 살아왔다. 신나는 놀이는 삶의 어려움을 이겨 내는 원동력이며, 전환적 계기가 된다.

놀이의 복합성과 범주

그럼 놀이란 무엇인가? 놀이의 개념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육체와 정신적 행위를 반복하며, 즐거움을 찾는 비일상적 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다. 곧 놀이는 일상적이 아닌 일정한 시공간을 설정해서 이루어지는 비일상적인 행위이며,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한다는 속성을 갖는다. 또한 놀이에 참여하는 자에게는 적당하고 유쾌한 긴장이 필요하다.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되고, 너무 느슨하면 놀이판이 재미없어지기 십상이다.

평양성 석전, <평양도> 부분, 조선 후기 / 소장: 서울대학교박물관
평양성 석전, <평양도> 부분, 조선 후기
소장: 서울대학교박물관

그런데 놀이는 생업, 신앙, 의례, 무예, 예술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놀이의 범주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가 쉽지 않다. 우리는 일을 할 때 보다 즐겁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다양한 놀이를 포함시켰다. 두레 공동작업 과정에 농악을 치고, 기싸움을 벌이며, 경우에 따라 즉흥적 씨름판을 벌인다. 그리고 농악 자체도 무동놀이, 농사굿, 진법 등의 다양한 놀이를 포함한다. 따라서 일과 놀이는 별개가 아닌 같이 실행하는 대상이다.
일례로 줄다리기는, 암수줄을 결합해서 서로 줄을 당기면서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런 점에서 일 속에 놀이가 있고, 놀이 속에 일이 있다.
한편 신앙과 놀이도 밀접하다. 달집태우기(일명 동홰놀이, 동화제)는 불의 강한 생명력, 정화의 상징성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 놀이의 성격을 지닌다. 다만 정초와 정월보름의 지신밟기, 달맞이, 제웅놀이, 더위팔기 등은 세시 신앙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자체로 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달맞이 시기에 횃불을 이용해 달에 기원하다가 이웃 동네와 횃불싸움을 하면 집단놀이가 된다. 한편 굿판에서도 굿거리 사이에 행해지는 간단한 소극 형태의 굿놀이가 행해진다.
그리고 무예와 놀이도 매우 가깝다. 격구는 양편이 말을 타고 장시로 공을 치는 소집단의 승부 놀이며, 마상재는 말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전문적인 기능 놀이이고, 수박(手搏)은 신체를 이용해 상대와 겨루는 상대 놀이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석전(돌싸움)은 삼국시대부터 군대 편제에 포함되었고, 민간에서는 용맹성을 기르는 대동 놀이로서 20세기 중후반까지 지속되었다. 이런 놀이는 무예성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순 활쏘기는 무예이지만, 편을 갈라 승부를 겨룰 경우에는 놀이가 된다. 한편 전문 예인들의 기능성 놀이에는 줄타기, 솟대타기, 대접(버나)돌리기, 농환(구슬던져받기), 땅재주 등이 있는데, 대체로 공연적 성격을 지닌다.
놀이와 예술도 밀접하다. 성인 가무 놀이의 대표적인 강강술래나 월월이청청 그리고 아동 가무 놀이의 대표적 사례인 문놀이, 고사리꺾기 등의 놀이에는 노래, 춤, 몸짓, 음악이 가미되면서 일종의 가무 놀이가 된다. 놀이에 예술성이 가미되면, 창의성이 강화되고 표현력이 높아지며, 다양한 계층에서 놀이가 향유될 수 있다. 그리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예술교육이 이루어지며, 놀이판에 흥겨움과 신명을 주고, 놀이의 격조를 높이면서 때에 따라 격렬한 승부놀이를 순화시켜 주기도 한다. 한편 소싸움과 닭싸움은 인간이 주체가 아닌 동물 간의 승부라는 점에서 놀이가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인간의 행위와 의식을 반영한 동물 간의 대리전이라는 측면에서 놀이로 볼 수 있다.

놀이의 유형 분류

놀이의 유형을 범주와 연결지어 살펴보겠다. 기존에 놀이 분류를 보면, 성별로 나누어 남성·여성·혼성 놀이로, 세대에 따라 성인·아동·혼성 놀이로, 놀이 규모에 따라 개인·상대·소집단·대동 놀이로 나뉜다. 한편 집단의 성격으로 구분하면 민간·전문 예인 놀이로, 계층으로 구분하면 상층·기층·상하층 놀이로 구분한다. 또한 도구로 구분하면 자연 도구·인공 도구·맨몸 놀이로 구분한다. 또한 놀이 시기로 구분하면 세시·일상 놀이로 나뉘며, 시대별로 구분하면 전통·근대·현대 놀이로, 놀이 공간에 따라 야외·실내 놀이로 나뉜다. 그 외에 지역에 따라, 또한 세시 월별에 따라, 그리고 주요 명절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놀이 분류는 놀이의 본질적 속성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라기보다는, 놀이 외적인 요소에 치중한 분류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 1913-1978)는 『놀이와 인간』이라는 책에서, 목적 중심으로, ①아곤(Agon, 경쟁), ②알레아(Alea, 운수), ③미미크리(Mimicry, 모방), ④일링크스(Ilinx, 현기증)로 놀이를 구분해서 체계화시켰다. 아곤은 우리 방식으로 보면, 승부 놀이적 성격, 알레아는 운 놀이적 성격, 미미크리는 모방적 성격을 지닌다. 일링크스는 놀이가 재미있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몰입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놀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위의 4가지 분류로는 우리 놀이를 전부 포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승부 놀이, 운 놀이, 모방·기원 놀이 이외에 가무 놀이, 여가 놀이, 기능 놀이, 쫓기·찾기 놀이, 언어 놀이 등을 추가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능 놀이는 전문 예인들의 놀이로서 공연적 성격을 지니며, 쫓기·찾기 놀이는 술래잡기나 오징어놀이와 같은 쫓기 놀이와 찾기 놀이를 포함한다. 그 외에 언어 놀이는 아동들에게 언어의 습득과 언어유희를 즐기는 놀이로서 수수께끼나 끝말잇기 등이 해당된다. 또한 여가 놀이는 잠깐의 틈을 내서 노는 단순한 놀이 형태를 말한다.

한국 놀이의 개괄적인 흐름

삼국 이전의 시기는 놀이 공동체 시대이다. 이 시기는 생업이나 제천의식, 의례 과정에서 신을 경배하며, 다양한 의식과 놀이가 행해졌다. 시대별로 처음 나타나는 놀이를 중심으로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국·남북조시대를 보면, 고구려 시대에는 석전, 씨름, 수박, 바둑, 투호, 죽마놀이, 농환(구슬던져받기), 사자놀이, 마상재, 격구, 대접돌리기 등이, 백제 시대에는 바둑, 장기, 투호, 윷놀이, 쌍륙, 농환, 사자놀이가 나타난다. 신라 시대에는 축국, 석전, 바둑, 고누, 윷놀이, 농환, 마상재, 사자놀이, 죽마놀이, 주령구, 연날리기, 봄놀이, 파피리불기가, 발해 시대에는 격구, 답추(원무형가무놀이)놀이가 있다. 이 시기 전반적 특징을 보면, 성인 남성 중심의 승부 놀이, 무예성 놀이가 다수이며 전문 예인 놀이도 있다. 일부 두뇌 개발 개인 놀이, 유흥성 여가 놀이도 나타나지만, 아동놀이는 적은 편이고 여성 놀이는 더욱 드물다.
고려 시대에 처음 나타나는 성인 놀이에는 포구락, 줄타기, 솟대타기, 그네뛰기, 다리밟기, 종정도놀이, 성불도놀이가 있으며, 아동놀이는 풀싸움, 매미잡기, 호기놀이 정도이다. 이전 시기의 놀이 중에 주령구와 농환은 고려 시대에 전승되지 않거나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투호는 전승이 일시 중단되었으며, 그 외의 놀이 대부분은 삼국시대 이후로 지속된다. 고려 시기의 전반적인 특징을 보면, 대부분 남성 놀이 중심이며, 특히 무예 연마나 격투기성 놀이가 많은 편이다. 상층이 전승 주체이거나 향유하는 놀이가 많아서, 민간층의 놀이가 적게 나타난다. 그리고 세시성을 보면, 일부 놀이가 단오 및 정초로 나타나지만, 연초의 나례(儺禮)나 초파일의 놀이도 있다.
조선 전기에 처음 나타나는 놀이에는 성인 놀이에 장치기(타구), 땅재주, 줄다리기, 화전놀이, 낙화놀이, 볏가릿대세우기 등이 있으며, 아동놀이는 썰매타기, 산가지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쥐불놀이, 공기놀이, 줄넘기, 전쟁놀이 등이었다. 이 시기의 전반적 특징을 살펴보면, 성인 놀이 중에 주술·기원 놀이가 증가하고, 소집단 놀이와 상대 놀이가 많은 편이며, 여전히 남성 중심의 놀이가 다수를 차지한다, 상층의 놀이가 다수 기록되어 있는데, 후대에 민간에서 집단 놀이화한 투호, 장치기, 화전놀이, 다리밟기, 축국 등이 이 시기는 여전히 상층의 놀이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단오에 씨름, 그네뛰기, 석전 등이 유행하지만, 석전은 점차 조선 중기에 이르러 시기가 정월대보름으로 바뀌어 간다. 아동놀이는 고려 시대에 비해 종목 수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많지 않으며, 대체로 개인 놀이가 많은 편이다.
조선 후기인 17~18세기에 처음 나타나는 놀이를 보면, 성인 놀이에 투전, 차전놀이, 골패, 남승도놀이, 농악놀이, 유객환놀이, 유객주놀이가 있고, 아동놀이에는 물놀이, 팽이치기, 수부놀이, 닭잡기놀이, 동차, 바람개비가 있다. 이 시기의 놀이를 종합하면, 성인 놀이는 승부 놀이가 다수이고, 본격적인 노름 놀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씨름을 제외하고 무예성 격투기 놀이가 약화되며, 기원성의 승부 놀이가 증가한다. 이 시기에는 민간층의 놀이가 급격히 증가하며, 조선 전기의 상층놀이가 점차 민간층의 놀이로 바뀌어간다. 이에는 전후 기층민의 의식 변화와 실학자들의 놀이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관이나 상층 주도의 놀이가 점차 약화되어 간다. 세시성을 살펴보면 여전히 정초와 정월보름 놀이가 많으며, 성별로는 남성 중심의 놀이가 다수이지만 점차 여성 놀이가 확대된다. 이 시기 아동놀이가 다소 늘었는데, 특히 여가 놀이가 늘어나고, 승부 및 모방 놀이도 나타난다.
19~20세기 초의 놀이는 앞에서 언급한 놀이 이외에 전통놀이라 지칭하는 대부분의 놀이가 등장해서 놀이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 시기의 특징을 살펴보면, 아동놀이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에 비해 성인 놀이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우선 성인 놀이를 보면, 승부 놀이와 노름 놀이, 주술·기원 놀이, 가무 놀이가 증가하고, 기능 놀이, 여가 놀이, 운 놀이는 별로 변화가 없다. 놀이 규모로 보아 두레 공동 작업의 일반화로 대동 놀이가 크게 증가하며, 소집단 놀이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관 주도의 놀이나 상층의 놀이가 약화되고, 민간 층의 놀이가 급격히 늘어난다. 또한 남성 놀이가 다수이지만 여성 놀이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상층의 놀이도 점차 민간 층의 놀이로 전환된다. 시기상으로는 정월대보름 행사가 많은 편이다. 아동놀이는 승부 놀이가 매우 다양해지고, 특히 ‘치기형’ 놀이가 늘어난다. 성인들의 가무 놀이가 분화되어 다양한 율동형 가무 놀이가 형성된다. 모방 놀이는 동물이나 생활 행위 놀이가, 아동 짬 놀이는 여가 중심의 놀이가 증가한다. 소집단 놀이, 상대 놀이가 많은 편이며, 세시성이 일부 나타나지만 비세시적인 일상 놀이가 다수이다. 전쟁놀이가 소집단 승부 놀이 방식의 진싸움 놀이로 나타나며, 또한 언어 놀이가 언어 습득용으로 널리 유행되었다. 특히 19세기는 마을, 또는 고을 단위의 대동 놀이가 증가하고, 신식 교육이 도입되고 아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아동놀이가 급격히 확산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놀이의 고유성, 외래성

놀이는 자체로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외국에서 유입되어 변형 정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놀이의 고유성을 따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년 전에 초등 교과서에 일본 노래가 삽입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아동놀이 중에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있는데, 이것이 일본 ‘하나이치몬제(花一もんめ)’ 놀이가 유입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러 학자가 심층 검토한 결과, 서로 노래를 부르다가 가위바위보에 의해 진 편의 1인을 차출하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노래의 선율, 가사가 다르고, 놀이 방식도 부분 차이가 있다. 특히 ‘꽃’이 위안부를 상징하고, 일제가 이 놀이를 의도적으로 유포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 관련 학자도 부정하며, 연구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 노래 ‘기쓰네상기쓰네상(きつねさん きつねさん)’과 놀이 형식과 노래 운율·리듬이 유사하며, ‘쎄쎄쎄’는 ‘아오야마둑에서(靑山土手から)’와 선율이 같다는 점에서 일본 놀이의 영향으로 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유포된 일부 놀이 중에 일본식 놀이 방식과 노래 가사가 삽입된 경우가 많다. 전통성과 외래 영향설의 판단 기준은 유입 이전에 관련 놀이 방식이 있었느냐가 주요한 기준이 될 것이며, 전파와 영향 관계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놀이(Children's Games)>, 1560년 경, 네덜란드 | 페테르 브뤼헐(PieterBruegelthe Elder) / 출처: Google Art Project / 소장: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어린이들의 놀이(Children's Games)>, 1560년 경, 네덜란드 | 페테르 브뤼헐(PieterBruegelthe Elder)
출처: Google Art Project
소장: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씨름 유형은 두 사람이 맞붙어 힘을 통해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이다. 이미 우리 씨름은 고구려 시기에 ‘각저(角觝)’로 전승되며, 한국 씨름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샅바는 1821년 문헌에 ‘반건’으로 처음 나타난다. 샅바를 사용함으로써 승부가 빨라지고, 다리씨름으로 수십 가지의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일본 ‘스모’나 몽골 ‘부흐’에 없는 샅바가 한국 씨름의 독창성을 말해 준다.
16세기 네덜란드인 페테르 브뤼헐은 다양한 아이들의 놀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현재 비엔나미술사박물관에 소장된 그림에는 굴렁쇠굴리기, 말타기, 팽이치기, 등뛰어넘기, 까막잡기, 공기놀이가 나오며, 기타 돌치기, 기차놀이, 땅재주(물구나무, 앞구르기)도 있다. 따라서 이런 놀이는 우리 고유의 놀이라 하기 어려우며, 역사적으로 조선 후기에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도 즐겼던 사방치기는 일명 망차기라고도 하는데, 가장 대중화된 놀이 형태이다. 그런데 이 놀이는 마지막에 ‘하늘’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기독교 문화와 연관되어 로마 시대 유래설이 제기되며, 우리나라에는 19세기 말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통놀이는 중국의 영향을 다수 받았지만, 실제 비교해 보면 같은 종목도 놀이 방식이나 도구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날리기, 그네뛰기, 돌치기, 공던져받기 등은 전 세계적인 공통성을 지니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 놀이 문화의 변화와 전승의 의미

현대의 놀이를 보면, 전통놀이가 상당수 쇠퇴 또는 소멸되었다. 놀이 교육 현장이나 축제의 현장에는 여전히 전통놀이가 다수 지속되지만, 일부 놀이 방식이나 도구의 변화가 나타난다.

제기차기 / 출처: 공공누리 /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기차기
출처: 공공누리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개인 놀이와 상대 놀이가 점차 놀이적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승부성 소집단 놀이로 변화되고 있다. 또한 남성과 여성 놀이는 점차 혼성 놀이로, 세시 놀이는 점차 일상 놀이로, 실외 놀이는 점차 실내 놀이로, 대동 놀이는 축제나 지역 행사로 대치되어 간다. 그리고 성인 놀이는 축소되고 아동놀이가 중심을 이룬다. 또한 자연적 도구 놀이가 인공적 도구로 바뀐다.
놀이 방식의 변화도 나타난다. 제기차기는 제기라는 도구를 한 발로 차는 방식인데, 제기라는 도구는 유지하되, 발로 차는 방식에서 손으로 넓적한 판을 잡고 받아 올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발로 차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기차기의 원래 속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칠교도(七巧圖) / 소장: 서울대학교박물관
칠교도(七巧圖)
소장: 서울대학교박물관

새롭게 부각되는 놀이는 아동의 격렬한 신체 경쟁 방식인 진싸움 놀이가 있는데, 고형인 오징어게임 형태에서 달팽이, 팔자, 안경, 38선, 이랑, 해바라기, ㄹ자 등으로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한편 노래와 춤을 곁들인 가무 놀이가 새롭게 형성된다. 그리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놀이도 보급되지만, 노인의 신체에 맞게 놀이 방식은 변화되고 있다. 놀이 도구의 변화도 나타나는데, 비석치기의 경우 돌이 아닌 나무토막을 사용하며, 죽방울놀이에서 공을 받는 장구통 모양이 컵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편 20세기 중후반 노인 놀이 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종목이 최근 놀이 현장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는 투호, 쌍륙, 칠교놀이, 주령구 등이 해당된다. 곧 이런 놀이는 과거 또는 20세기 초중반에 소멸되었다가 20세기 후반 이후에 다시 놀이 교육 현장에 등장했다.
현대에 소집단 놀이로는 승부놀이, 쫓기·찾기 놀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쫓기·찾기도 술래를 정해서 쫓거나, 상대를 찾는 방식으로 전승된다. 놀이 명칭과 놀이 방식으로는 ‘〜치기’, ‘〜차기’, ‘〜타기’, ‘〜잡기’, ‘〜가기’, ‘〜밀기’, ‘〜따기’, ‘〜던지기’ 방식의 놀이가 많으며, 이런 경우에 놀이 명과 놀이 방식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나타난다.
전통놀이는 인간 중심에, 자연 친화적 대면 놀이가 중심이다. 놀이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성 개발과 놀이 과정에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다. 과거에 석전이나 횃불싸움 등이 과열되어 마을 간 집단 패싸움이 일어난 적도 있지만, 대부분 놀이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과격성은 자제된다. 왜냐하면 놀이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슬로 시티’, ‘힐링 문화’가 강조되면서, 어느 학자는 이제 집단 신명의 문화는 시대적 효용성이 끝났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의 폐해가 심해지고, 심각한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전통 사회가 지닌 ‘우리 의식’, 곧 공동체적 의식을 바탕으로 한 집단적 신명의 놀이 문화는 오히려 더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