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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동물의학 서적인 『우의방(牛醫方)』에 보면 우리나라 한우의 모색은 누런색의 황우(黃牛) - 황소, 검은색의 흑우(黑牛) - 흑소, 얼룩색의 이우(犁牛) - 칡소, 흰색의 백우(白牛) - 흰소, 검푸른색의 청우(靑牛) - 검은소 등으로 다양하다. 흑소, 황소, 칡소는 서기 357년에 축조된 황해남도 안악군 용순면 오국리 고구려 안악 3호 고분 벽화에 생생한 채색화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이렇게 다양한 모색의 소들이 있는데 우리는 왜 누런 황소만을 ‘한우’라고 알게 되었을까. 그 사연은 간단하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일제는 한우심사표준을 정하면서 ‘표준 모색을 적갈색으로 한다’고 정하여 다양한 우리나라 소 중 적갈색 소만을 조선소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한편 일본은 흑색을 기본으로 한다는 원칙의 모색 일체화 정책을 폄에 따라 일본은 흑우인 와규(和牛)로, 조선은 황우(黃牛)로 고착되었다. 더구나 1945년 독립국가가 되었음에도 우리는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1970년 한우심사표준을 만들면서 ‘한우의 모색은 황갈색을 표준으로 한다’고 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모가 누런 소만 ‘한우’인 것으로 굳어지게 되었지만 ‘한우’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의 소’라는 뜻인데 언제부터 공식적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불분명하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황소 한우를 ‘조선소’라 하여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조선소는 1980년 1월 국가자연보호연맹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139호로 지정된 ‘장연조선소’와 천연기념물 제237호로 지정된 ‘세포조선소’ 2개종이 있다.

등이 이어져 서해 바다가 가로막혀 있어 겨울 날씨는 따뜻하고, 여름 날씨는 서늘하여 소를 기르기에 적합한 곳이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 자라는 장연조선소는 성질이 온순하고 몸집이 크다. 장연조선소는 피모가 남한의 한우와 같이 누런 밤색이고 몸의 앞부분은 뒷부분보다 더 퍼졌다. 그리고 어깨는 엉덩이보다 높고, 네 다리는 길며 뒷다리 사이는 넓어서 짐을 끄는 힘이 세며, 추위를 잘 견디고 질병에 강하다. 장연조선소 수소의 체중은 보통 500kg 정도이나 큰 것은 700kg 이상이며, 암소는 보통 400kg 이상이다.
임신 기간은 평균 285일이며, 한 배에 보통 한 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드물게는 두 마리를 낳는 경우도 있다.
세포조선소가 있는 곳은 강원도 세포군 세포읍에서 북쪽으로 약 4km 떨어진 대곡리이다. 이곳은 해발 500 내지 600m의 동부 산악지대에 속한 세포고원으로 비교적 눈과 비가 많이 내린다. 따라서 세포조선소는 이런 기후 풍토에 잘 적응한 한지(寒地)품종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거친 먹이 조건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와 병에도 잘 견딘다. 우리나라 소의 ‘최초 원종’이라고 주장되는 세포조선소는 몸 전체가 붉은 밤색을 띠며 주둥이, 턱밑 그리고 목덜미가 거무스레하며, 수소의 체중은 평균 600kg, 암소는 평균 450kg 정도로 수명은 약 30년가량 된다. 이 소도 장연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성질이 온순하고 걸음걸이가 빠르며 힘이 세어 주로 부림소로써 이용되고 있다. 생김새는 산간지대 생활에 적합하게 앞가슴이 벌어지고 튼튼하게 생겼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1980년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후 원종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조선소 원종직장’을 세워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하고 있다.
1998년 6월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직접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가 북녘 땅에 선물한 이래 10월에 501마리, 2000년 8월 500마리, 2003년 10월 100마리 등 1,600여 마리가 북한에 전달되었지만 남한에서는 이런 한우를 북한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는 아니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오래전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천연기념물이 된 미시마소(見島牛)의 원조로서 일본 흑소인 와규(和牛)의 바탕소가 된 우리 고유의 흑소가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간 흑소를 ‘일본소’로 특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황소 이외 모든 소를 한반도에서 멸살하였다. 따라서 문화재청은 우리 고유의 토종 ‘흑소’를 다시 찾기 위해 ‘제주흑우’를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