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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 문화유산의 창의적 활용에 대한 고민과 과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4-09 조회수 : 3019

문화유산 창의적 활용론 - 문화유산의 창의적 활용에 대한 고민과 과제



오늘날 우리에게 문화유산의 가치란 무엇일까?
문화유산의 창의적 활용이란 근본적으로 문화유산의 가치 전달이 가장 핵심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유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옛 선조들이 남겨준 아름답고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추상적인 의미 외에 우리에게 지금 문화유산이 갖는 진정한 의미란 무엇일까? 형태가 갖는 미적 아름다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과학적인 우수성 등이 문화재를 소중히 아껴야 하는 이유일까? 유형적인 형태미만을 놓고 문화재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곳곳에 지정된 문화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례에서 나타나는 또는 섬세함에서 비롯된 예술미 등 미적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그러나 현대의 예술작품에서도 그러한 미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작품들은 있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이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문화유산에 대한 창의적 활용이란 화두를 놓고 깊이 생각할수록 의문사항이 많이 남는다.


의미는 흔적을 통해 전달된다
옛 선인들의, 그 시대에 따른 삶에 대한 염원과 생각들은 현재까지 이어져 온 유물, 그리고 정신과 정신으로, 또는 몸에서 몸으로 이어져온 예능과 기능, 그에 관한 기록과 설화들의 흔적을 통해 전달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어떠한 삶을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선인들의 삶에 대한 생각과 관조를 바로 남겨진 문화유산을 통해 되새기고 다시 우리의 생각들을 담아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다음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문화유산의 가치가 아닐까?


유형의 문화유산(흔적)을 통해 무형유산(의미)을 찾아야
궁궐, 사찰과 한옥 등 건축물은 그 자체로 예술성을 보이는 문화재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대목장이 건축물을 지을 때 반영했던 기능적인 요소뿐 아니라 거기에 투영된 자연과 삶에 대한 염원, 건축물에 기거할 사람에 대한 생각 등 인문학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문화유산은 바로 재산상의 가치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삶에 대한 생각, 자연과 사람에 대한 정신적 유산에서 찾는 것이 바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내고 확산하는 것이리라. 바로 우리가 현재 물려받은 유형의 자산에서 무형의 자산을 도출하고 후대에 우리의 생각을 담아 다시 물려주는 것이 바로 문화유산의 창의적 활용에 대한 근본적인 취지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가 이러한 뻔한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미, 어떻게 찾아 전달할 것인가
문화유산의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하는 공공기관에서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확산시켜 나가야 하는 것일까’ 라는 다음 질문이 생겨난다.

 

사진1. 경복궁 경회루 내에서 바라본 인왕산 풍경, 사진2.낙산사 관음전 내부 창문을 통해 본 해수관음상




● 재미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정보와 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관심 받지 못하는 문화콘텐츠는 쉽사리 기억되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이 사라지는 시대다. 대중들의 관심을 문화유산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미란 무엇일까? ‘재미’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으로 정의된다. 인터넷포털 사이트의 소설학 사전에는 ‘어떤 일이 우리의 관심과 열정을 부추기고 흥미롭게 우리를 사로잡은 결과 우리가 누리게 되는 일종의 심리적 만족감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 ‘강제되거나 필요성의 압박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가 우리를 재미있게 하는 경우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우리의 행위는 예외 없이 능동적이며 자발적인 것’이라고 부연 설명되어 있다. 위와 같이 재미라는 의미가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정의될 때 문화기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들의 문화향유를 통한 심리적 만족감, 즉 ‘재미’를 주고자 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재미’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뜻하기보다 더 큰 의미로서 지식욕, 탐구욕 등에 대한 충족 등 다양한 심리적 만족감을 포함한다. 그러나 ‘재미’라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보편적인 이해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각각의 이해와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미를 위해 문화기획을 하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대중들이 현 시대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 먼저인 듯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관찰과 통찰력이 될 것이다. 현 시대에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코드에 대한 관찰과 그것들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대중들의 관심과 열정을 부추기고 흥미롭게 사로잡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대중들에게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중과 대중문화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인 코드를 읽고 발견하고 다시 통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화콜라주로 탄생한 상상의 동물 : 용, 단청장 조교 이욱 선생님 작품




●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선조들은 전통건축물을 지을 때 여러 자연 풍경 중에 어떠한 풍경을 창틀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가장 풍경이 좋은 곳에 창을 내고 방안에서 자연이 추구하는 변화를 사시사철 감상했다. 사진을 찍을 때, 그림을 그릴 때도 앵글이 중요하듯이 문화기획에 있어서도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기획하는 이가 제시하고자 하는 시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는 시대적 문화코드와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기술의 융합, 문화공간의 복합화, 기능의 통합, 학문의 통섭 등현 시대는 하이브리드[hybrid, 원래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이종(異種), 혼합, 혼성, 혼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이종을 결합,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무엇인가(시장이나 영역 등)를 창조하는 통합 코드로 인식되고 있다. - 매일경제 용어사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편, 큰 틀에서 생각하면, ‘문화유산의 가치인식 제고’ 또는 ‘전통문화의 보급·확산’이 재단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한다면, 의례재현 행사·공연·전시·교육·출판 등의 각각의 문화사업 분야는 그 사업자체의 의미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문화유산의 참 의미를 대중에게 전하는 매체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로 놓고 볼 때,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기능을 갖는 각 문화사업 분야들은 각기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술 기법 중 콜라주[collage, 화면(畵面)에 종이·머리털·나뭇잎 등을 오려 붙여, 보는 사람에게 이미지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미술의 기법으로, 여러 가지 이질적인 재료들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문화예술분야의 통합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있다.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각각의 문화사업을 콜라주할 필요가 있다. 문화콜라주,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하기 위한 의미전달 매체로서 각 문화사업분야의 기능들이 적절히 콜라주될 때, 보다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더불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방법론은 위에서 제시한 필자의 견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문화유산의 창의적 활용’에 대한 고민은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을 다시 되짚고 그러한 후에 그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에게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 글 이치헌 (한국문화재재단 홍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