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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2013년 10월 - 국왕이 호위군를 사열하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30 조회수 : 1435

 

문치주의를 표방했던 조선은 명나라, 청나라, 왜의 침입에 시달리고 급기야 외국의 식민지 지배로 이어져 삼국시대 이후 최초로 외적에 의해 멸망한 왕조로 ‘문약’이라는 단어로 정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의 건국사를 살펴보면 일명 ‘위화도회군’으로 일컬어지는 역성혁명이 기반이었으며 조선이 들어서기 전의 고려 말은 최영, 이성계를 비롯하여 무신이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군사력의 강화가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곳으로 모아지지 못한 강한 군사력은 고려 말 중앙집권세력의 약화로 호족이나 귀족층의 사병이 강화되는 결과를 야기했고, 태조와 정종에 이어 왕좌에 오른 태종 이방원은 필연적으로 사병을 혁파하고자 하였으며 신권(臣權)의 강화를 꾀한 정도전, 이거이 등을 대거 숙청하게 된다. 태종 이후에도 조선의 왕권(군사력) 강화 노력은 계속되어 세종대에는 한글반포 등의 내치강화와 4군6진 개척, 대마도 정벌과 같은 영토확장을 도모했으며 문종은 임진왜란 전까지 조선군의 근간을 이룬 오위진법을 직접 저술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힘써왔다.

 

 당시 조선의 주적은 북방의 여진족과 남쪽 지방에 큰 피해를 주고 있던 왜구를 들 수 있는데 개인의 무력 면에서 보면 농업기반의 국가인 조선에서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중원의 패권국인 명나라와의 마찰(표전문 사건) 속에 요동정벌론까지 등장했던 근간을 살펴보면 체계화된 군사조직 및 전술을 찾아낼 수 있다. 조선전기의 병법서인 ‘진법’, ‘진도진법’, ‘계축진설’, ‘오위진법’ 등을 보면 행군, 수송 등 세분화된 전술과 기마전, 보병전 등에서 지형과 병력에 따른 통제, 각 병종별 전략에 대해 자세하게 논하고 있으며 산악이 많은 조선의 지형에 맞춰 병력운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전술, 전략을 통해 강력한 북방의 여진족과 왜구들에 대응해 왔고 세종대에 이르러서는 4군6진, 대마도 정벌의 쾌거를 이루어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군사력은 중앙군인 의흥삼군부, 오사를 거쳐 편제된 ‘오위’를 중심으로 내금위 등 다양한 군사조직으로 구성되었고 이러한 군사력의 통제는 조선의 큰 과제였다. 이를 위한 정치적, 제도적 장치가 시행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첩종’은 매우 흥미롭게 기록되고 있다.

 

 

 

 

『첩종』은 경국대전(병전 25편)에 나와 있는 어전사열(御前査閱) 및 비상대기에 사용되는 큰 종을 말하는데 국왕의 명에 따라 첩종이 울리면 궁궐에 입직한 군사뿐 아니라 문무백관 및 중앙군인오위의 병사들까지 모두 집합하여 점검을 받는 사열의식이었다. 조선전기 실록상에는 세조때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남아 있는데 그중 첩종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기록은 예종 1년에 기록된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첩종』은 위 기록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군사력의 총점검이자 국왕의 권위를 내세울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인원, 군기를 점검하고 훈련상태를 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국왕이 직접 군의 훈련상태를 점검함으로 개인적 무력이 아니라 국가에 속한 정규병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체계적인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였던 것이다. 

 

오위진법(五衛陳法)
- 편제 및 인원 분수(分數) -
대장(大將) 밑에는 5위(衛)가 있고, 위에는 각기 5부(部)가 있으며, 부마다 각각 4통(統)을 보유하고, 위(衛)에는 각기 유군(遊軍) 5영(領)이 있다. 대장(大將)은 위장(衛將)을 호령[令]하고, 위장은 부장(部將)을, 부장은 통장(統將)을, 통장은 여수(旅帥)를, 여수는 대정(隊正)을, 대정은 오장(伍長)을 각각 호령하며, 오장은 오졸(伍卒)을 호령한다. 그리하여 기[奇-기병(奇兵) 또는 기계(奇計)]와 정[正-정병(正兵) 또는 정규전법]을 서로 바꾸어 쓰고 주통(駐統)·전통(戰統)의 응용이 무상하니, 이는 모두 장수의 절제[節度]에 달려 있다.

 

 

「오위진법 오행원리」
방진(方陣)은 토(土)가 되고 원진(圓陣)은 금(金), 곡진(曲陣)은 수(水), 직진(直陣)은 목(木), 예진(銳陣)은 화(火)가 된다. 상생의 원리는 금은 수를 낳고, 수는 목을, 목은 화를, 화는 토를 낳으며, 토는 다시 금을 낳는 것이다. 상극의 원리는 수는 화를 이기고, 화는 금을, 금은 목을, 목은 토를, 토는 수를 이기는 것을 이른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첩종 재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2013년 9월 28일부터 광화문 안쪽 흥례문 광장에서 『첩종』을 재현된다. 2011년부터 매년 1회 시행되었던 첩종의 재현은 흔히 볼 수 없었던 조선전기의 복식과 의장물외에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의 복식, 의장물은 임진왜란 이후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전통무예 보존에 힘쓰고 있는 무예십팔기의 무예시범 등을 통해 많은 호응을 받아왔다. 2013년에는 기존의 내용에 임진왜란 전까지 병력운용의 기초가 되었던 오위진법의 운영을 재현하고 병종별 역할까지 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조선왕조실록 중 예종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예종과 영의정 한명회의 대화를 통해 이를 현장감있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1회만 진행되던 기존의 첩종과 달리 9월 28일부터 매주 토, 일에 걸쳐 10월 27일까지 10회로 진행되어 보다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글˚박민규 (문화예술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