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세계 최고의 공항에는 시설과 서비스를 뛰어넘은 무엇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그 화두를 문화에서 찾으려 문화공항, 컬처포트(Cultureport)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넘어 아름다운 감동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인천국제공항과 손잡고 공항 내에서 체험, 공연, 전시, 공예상품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전통문화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이나 양주, 담배 등 면세상품으로 가득 찬 출국장 내 에어스타 애비뉴를 거닐다보면 신선함을 전해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2009년 개관한 이래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손꼽히며 이제는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통하는 ‘한국전통문화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널찍하게 조성된 대청마루에서는 연중으로 판소리, 가야금, 대금 연주 등 다양한 장르의 전통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지 공예품과 단청, 매듭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또한, 명품관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혼을 담아 제작한 도자기, 옻칠, 나전 등의 수준 높은 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센터’는 한국 여행의 마지막 순간에 잊지 못할 즐거움과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우수한 우리 전통문화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통공예체험은 주로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공예를 알리는 것이 주목적으로, 부채, 한지, 매듭, 단청, 탁본 등의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직원들은 연간 40만 명의 외국인들에게 체험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다.

공항은 많은 사람의 행복, 설렘, 사랑, 만남, 이별, 아쉬움이 담긴 감성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감성을 감동으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공연이다. 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는 판소리, 정가, 가야금 병창 등 격조 높은 국악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조선시대 궁중생활 재현행사의 하나인 ‘왕가의 산책’은 어가행렬을 통해 왕, 왕비, 공주, 호위무사 등 출연진과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기와집과 정자 등 전통가옥으로 꾸며져 공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여객터미널 중앙지역 4층 ‘한국문화거리’에서도 국악 실내악 연주 및 왕가의 산책 재현행사를 펼치고 있어 공항 이용객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2008년부터 여객터미널 4층 환승 라운지 두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통공예전시관’은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동편 전시관에서는 23년 만에 국경일로 재지정 된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 세상을 물들이다’라는 한글 관련 전시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서편 전시관에서는 ‘십장생, 영원을 그리는 꿈’을 주제로 불로장생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 인천국제공항은 공항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8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 8연패는 세계 그 어떤 공항도 달성한 적이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34개 평가 분야 중 문화부문에 있어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항은 전 세계에서 인천국제공항뿐이다. 앞으로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인천국제공항과 전통문화사업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한국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혼이 깃든 공항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체험 관련 사례
얼마 전 체험을 하러 온 외국인 중에 한쪽 팔을 못 쓰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 체험은 대부분 공예품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도 한국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온 여행객이라는 생각에 다른 체험객과 마찬가지로 공예 준비물을 나누어 주고 설명해주었다. 그날의 체험은 한지 공예 소반 만들기였다. 간단한 공예품이었지만 풀을 먹여 한지를 직접 뜯어 붙이는 작업이라 이 아이에겐 어쩌면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신 만들어 줄까도 생각했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한지 한쪽을 맞잡으며 “함께 해볼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슬며시 내 한쪽 손을 아이의 없는 왼쪽 손이 되게 하여 함께 체험을 해나갔다. 드디어 소반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이 하다 보니 조금 서툴고 엉성하게 만들어졌지만 아이는 내가 긴장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말 예쁘다”며 기뻐했다. 엉성하고 작은 한지 소반이 더 뜻깊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소반을 받아 든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는 아이에게 나는 그저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잠시 후 아이가 다시 찾아왔다. 조금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아이는 작은카드 하나를 내밀고 탑승시간이 되었다며 서둘러 센터를 떠났다. 아이가 떠난 후 펴 본 카드에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당신은 내가 여행 중 만난 최고의 사람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정감 어린 그 문구를 읽고 나자 작은 친절에도 크게 고마워해주는 그 마음에 내가 더 감사한 생각마저 들었다. 한 사람의 여행객이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갔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뿌듯해졌다.
글˚강정임 (마케팅실 문화상품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