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우리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무형문화재에 대한 보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제도’로 특징되는 우리의 무형문화재 보호제도는 무형문화재의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기·예능 보유자’를 인정하고, 그 보유자로 하여금 전수교육의 의무를 부과하여 무형문화재 전승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그 결과 많은 무형문화재가 발굴·지정되고, 고도의 기·예능을 실연할 수 있는 전문 전승자가 육성되었으며,1) 이와 관련한 관계기관이 설립되는 등 무형문화재를 전승하는 내재적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2006년 유네스코 무형유산협약이 발효되면서 무형문화재 보호조치에 대한 국내외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무형문화재 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기 위하여 제도개선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무형문화재 보호제도의 전환기를 즈음하여 그 동안 시행되어온 무형문화재 보호제도의 이행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될 당시에 문화재의 범위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 등 4가지로 구분하여 문화재 중에서도 무형문화재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아울러 무형문화재를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기타의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고 법적 정의도 함께 규정하였다. 이 당시에 무형문화재에 대한 학술적인 정의 내지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학술적인 기반 하에 무형문화재에 대한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기준은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기타 의식·놀이·무예·음식제조 등이며 이러한 기준은 법제정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기준으로 무형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1964년 12월 처음으로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등 7개 종목이 지정되었다. 이 당시 종목을 지정하면서 보유자를 동시에 인정하였으나, 보유자에 대한 법적인 지위는 부여되지 못하였다. 우리 제도의 브랜드인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제도’로 특징지을 수 있는 조치는 197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통해 윤곽이 들어난다.

197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보호조치가 취해졌다. 첫째, 무형문화재 종목을 지정할 경우, 해당 종목의 보유자를 동시에 인정하도록 하는 ‘보유자 인정 의무화’제도를 규정하였다. 둘째, 무형문화재 보호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 국가뿐만 아니라 시도차원에서 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 있도록 ‘시도지정무형문화재 지정 근거’를 마련하였다. 셋째, 무형문화재에 대한 보호조치로서 무형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보존을 위하여 ‘기록작성’을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197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은 무형문화재 보호조치의 마스터 플랜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법 개정에 따른 이행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실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바로 무형문화재를 전승하는 전문 전승자 양성이었다. 1970년 보유자 인정 의무화 제도 시행 이후 전승자 양성을 위해취해진 조치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수생 평가발표회’, ‘전수장학생 선정제도’, ‘이수증 교부제도’등 법적인 근거가 미약한 행정조치였으나 1982년에 이르러 전수교육 의무화 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보유자에게 전수교육의 의무를 부과하고, 보유자를 중심으로 한 전승자 양성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위계적 전승체계를 법으로 규정한 것인데, 보유자가 양성한 전수생중에서 기·예능 이수증을 교부하고, 이들 이수자 중에서 보유자의 전수교육을 보조하는 전수교육보조자를 선정하도록하여 보유자를 중심으로 한 인적전승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1982년의 이러한 조치는 전수교육을 중심으로 한 보유자 인정제도를 공고하게 한 것으로 향후 우리 제도의 근간이자,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보호제도로 자리하게 되었다. 아울러 1982년의 중요한 조치로서 보유자와 대등한 개념으로 보유단체의 정의를 규정하였다.
다만, 보유단체 내에 보유자 인정여부에 대한 별도 규정은 두지 않아서 보유단체 내에서도 보유자가 그대로 인정되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정부의 규제개혁 차원에서 전승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수교육 자율화 정책이 추진되었다. 1994년 법개정을 통해 그 동안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이 가지고 있던 이수증 교부권한을 보유자에게 위임하여, 보유자(보유단체)의 이름으로 이수증을 발급하도록 하였다. 또한 전승체계의 효율적인 운영과 보유자에 대한 전수교육보조자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3가지의 전수교육보조자(보유자후보·전수교육조교·악사)를 전수교육조교로 단일화하였으며, 그 동안 보유자의 추천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전수교육보조자를 선정하던 것을 기량평가를 통해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하였다. 이후 전승자 충원의 선순환을 촉진 시키기 위하여 2001년에 명예보유자 인정제도를 도입한 것을 마지막으로 큰 변화 없이 보유자 인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의무를 부과한 ‘전수교육’에 대해서는 전수
교육 경비를 지원하고, 전수교육을 목적으로 설립 또는 취득한 국·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에게는 매월 전수교육경비2)를 지원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에 대해서는 전수교육관 건립3)을 지원하여 중요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육성이 되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중요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보유자 작품전, 전승공예대전 등을 매년 개최하고, 출품작에 대해서는 공적 구매를 확대하는 등 전승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왔다.
그러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제도가 전승자 양성과 확산에 기여하였음에 불구하고 제도의 이행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보유자 1인 중심의 폐쇄적 전승구조와 문화권력화 현상, 전수교육 자율화 시행 이후 두드러진 기량저하 및 전승활동 해태, 조사심의 공정성 논란, 보유자 인정 의무화에 따른 지정범위 제한 등 제도운영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정부는 현재 문화재보호법에서 무형문화재 분야를 분리한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4)을 제정 중에 있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기능과 예능’에 한정된 현행 무형문화재 보호범위를 ‘전통지식, 생활관습’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이수증 발급권한을 문화재청으로 환수하며, 대학에서도 전수교육이 가능하도록 전수교육대학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며. 무형문화재 진흥 기관설립 등 다양한 진흥정책을 담고 있다. 한편, 신법 제정과를 별개로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고 종목만 지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안 개정 작업이 추진되어 2015년 1월에 시행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으나, 국내에서는 특정 보유자를 인정할 수 없어서 종목 지정이 불가능 하였던 아리랑, 김장문화 등과 같은 무형문화재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어 신법 제정 이전에도 무형문화재의 보호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2015년 1월 시행목표로 ‘조사심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개방적·경쟁적 전승환경 조성’, ‘사후관리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2014년 무형문화재 제도개선 추진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법제정 등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한 이후의 모습은 이렇게 달라진다. 첫째,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제도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학의 전수교육 참여와 이수증 교부권의 국가기관 환수로 전수교육의 효율성이 제고된다. 둘째, 무형문화재 보호범위가 확대되어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고 종목만 지정 가능하도록 하여 더 많은 무형문화재가 지정 보호받게 된다. 셋째, 전수교육조
교 및 이수자 등 기존의 전승체계 전승자 뿐만 아니라 일반 전승자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종목별 조사지표 및 전승자 충원기준이 설정되어 객관적인 조사·심의가 진행될 수 있다. 넷째, 지정된 무형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 기록, 아카이브 구축 등 사후관리가 강화된다.

- 글˚이재필 (국립무형유산원 조사연구기록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