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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 여름호-옛날 옛적에]우리 문화재가 달라졌어요 ‘금쪽같은 국가유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10-02 조회수 : 1207

우리 문화재가 달라졌어요

‘금쪽같은 국가유산’

 

글. 진유리(한국전통문화대학교 박사과정, 전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정책과 실무관)

 

2024년 5월 17일, 우리나라 국가유산 정책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60년 넘게 이어져 온 「문화재보호법(1962. 1. 10. 제정)」이 「국가 유산기본법(2023. 5. 16. 제정, 2024. 5. 17. 시행)」으로 확 달라진 것이다. 이 법은 우리 유산(Heritage, 遺産)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우리나라의 최상위법으로, 국가유산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단순히 법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유산을 대하는 방식과 관리하는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자!


국보 서울 숭례문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이름이 달라졌어요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국가유산’은 문화재의 새 이름이다.

문화재란 이름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1950년 제정)에서 가져온 것인데, 예전부터 문화재는 ‘재(財: 재물 재)’라는 한자 때문에 유물이자 재화적 가치로 평가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동물·식물·지질 등)인 자연물과 무형문화재인 사람을 문화재로 부르는 것도 어색했고,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UNESCO)* 분류 체계와도 잘 맞지 않았다.

 

* 유네스코: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교육, 과학, 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위해 설립된 국제연합 전문기구

 

유네스코에서는 ‘유산(Heritage, 遺産)’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문화재라는 이름은 물질적 가치에 한정되는 반면, 유산이라는 이름은 문화적, 자연적 그리고 무형적인 가치까지 포함해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문화재의 이름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계속 있었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2005년부터 새로운 이름과 분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구체화해 2022년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국가유산 전문가 및 대국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정책 토론회와 문화유산위원회(구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마침내 2024년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이 되었고, ‘문화재’는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국가유산’이라는 이름은 유산의 가치와 권위, 국가의 보호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국가유산’이라는 이름 덕분에 그 자체의 가치로 더 인정받게 됐다.



분류 방법이 달라졌어요

‘3개의 유산법 안에 깔끔하게 쏙’


분류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름이 바뀌기 전에는 ‘문화재’라는 큰 틀 안에서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었는데, 이제는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해졌다.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에 맞춰 「국가유산기본법」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이라는 3개의 큰 ‘유산법(「문화유산법」, 「자연 유산법」, 「무형유산법」)’ 안에 깔끔하게 정리한 덕분이다.

‘문화유산’에는 유형문화유산(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고고자료 등 국보와 보물), 민속문화유산(의식주·생산·생업·교통·운수·통신·교역·사회생활·신앙민속·예능·오락·유희), 사적(선사유적·성곽·고분 등 역사적으로 특별히 기념될 만한 지역과 시설물)이 포함되고, ‘자연유산’에는 명승(자연경관·역사문화경관), 천연기념물(동물·식물·지형·지질·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자연현상·천연보호구역)이 포함되며, ‘무형유산’에는 전통기술(공예)·전통 공연 및 예술·전통 놀이 및 무예, 전통 생활관습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유산의 특성을 고려해서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한, 국제 기준에 맞춰 분류해 세계적으로도 인식되기 쉽게 했고, 천연기념물이나 무형유산도 보다 체계를 갖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분류 체계의 변화

※「국가유산기본법 (시행 2024. 5. 17.)1장 제3(정의)

국가유산이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

문화유산이란 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 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 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유형의 문화적 유산

자연유산이란 동물·식물·지형·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

무형유산이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공동체·단과 역사·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무형의 문화적 유산

 

 

새로운 가치를 담아

‘함께 가자, 국가유산!’’


‘국가유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제는 단순히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관련 기관들은 국민 참여, 지속 가능성, 지역 발전 등을 기본 원칙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노력들을 찾아보자!


국가무형유산 김치 담그기

 

국가유산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


「국가유산기본법」에서는 ‘국가유산을 매개로 하는 콘텐츠나 상품 개발, 제작, 유통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을 활용한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제4장 제27조(산업 육성)]’고 명시했다. 국가유산을 통해 더 많은 행사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산업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민의 참여와 이해를 높이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간이 짧아도, 소중한 건 마찬가지! ‘비지정 문화유산도 찾아서 지켜요’


국가유산청은 관리가 어려웠던 비지정 유산도 ‘문화유산자료’나 ‘자연유산자료’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제는 지정된 유산뿐만 아니라 폭넓은 유산의 보호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50년 미만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제도도 올해 9월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원래 이런 문화유산들은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훼손될 위험이 있었지만, 이제는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면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세계적인 케이팝(K-pop) 가수의 무대의상이나 스포츠 경기의 우승 기념품 등 상징적 유산들이 예비문화유산에 선정될 가능성도 생겼다. 관심을 두고 지켜봐도 좋을 일이다.

 

국가유산의 날 제정과 의미


12월 9일을 ‘국가유산의 날’로 정해서 기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유산 등재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이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날을 기념해서 ‘국가유산의 날’로 정했다. 국민들이 국가유산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인식하고, 많은 사람이 국가유산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관련 기관들의 대변신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기관 명칭을 바꾸면서 조직도 크게 변화했다. 1999년 문화재청으로 개편된 지 약 25년 만에 맞는 큰 변화로, 「국가유산기본법」에 맞춰 문화유산국, 자연유산국, 무형유산국으로 나뉘고, 안전·방재 업무와 세계유산, 국외유산을 총괄하는 유산정책국이 추가됐다. 영어 명칭도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이었는데, 이제 ‘Korea Heritage Service’로 바뀌었다. 활용 서비스를 강조하려는 의미를 담고, 동시에 미래를 향한 정책의 단계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은 국가유산진흥원으로 바뀌었고, 국가유산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이 더욱 가깝게 국가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유산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된다.

 

함께 만들어 가는 국가유산


함께 만들어 가는 국가유산은 우리의 새로운 문화적 자산이다. 과거부터 이어 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지속 가능한 방법을 통해 유산을 지켜 간다면, 국가유산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유산으로 탈바꿈한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 국가유산 산업전(9월, 경주)’과 1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10월, 5대 궁 및 종묘)’이 열린다. 직접 방문해 유산을 즐기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국가 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금쪽같이 소중한 국가유산’과 함께 펼쳐 갈 새로운 시대를 기대해 보자. ‘함께 가자, 국가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