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고전문학의 대가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사설
판소리와 소설은 그 본질에 있어서 서로 친근한 관계에 있는 예술양식이다. 양자가 다 같이 독자 또는 청중에게 흥미와 오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말을 통해서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소설이 읽히는 문학보다 낭송되는 문학으로 존재하던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판소리와 더욱 인접한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소설에 가락을 붙여 실감 나게 낭송하면 판소리가 될 수 있고, 판소리의 사설을 약간만 바꾸면 그대로 소설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양자는 서로 넘나들면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예술과 문학이 별개의 것이 아니듯 판소리와 소설은 따로 이해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선후의 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은 고전문학 전공자들에게 꾸준한 연구대상이기도 했다.) 문학과 예술의 만남에 대한 시도는 많이 있었으나, 판소리와 고전문학의 만남을 공연이라는 장르를 통해 본격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는 흔치 않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되는 대목은 (고전)문학의 대가들이 직접 판소리의 사설을 관객들에게 풀어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판소리를 직접 하는 명창들도 “판소리 사설에 나오는 고사성어나 한문 투의 언어가 일반인들에게 어려움을 준다”며 문학적 접근을 통해 관객과 실제로 소통하고 호흡하게 될 이번 무대에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 교수와 판소리
- 6. 23(월) / 남해성 명창의 수궁가
- 6. 24(화) / 박송희 명창의 흥보가
한국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국회의원, 200만 독자를 감동시키며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던 <인생사용설명서>의 저자이며, 활발한 강연을 통해 ‘행복전도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김홍신 교수(건국대학원 언론홍보대학원 석좌교수)가 첫 해설자로 나선다. 김홍신 교수는 2012년부터 득음지설 공연의 해설을 맡아 오며 판소리 5바탕을 다룬 기획공연 <득음지설>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춘향전 강의만 20년, 팔순의 노교수 춘향전을 해부하다.
- 6. 25(수) / 신영희 명창의 춘향가
신영희 명창의 춘향가 공연에서는 올해 팔순을 맞이한, 고전소설 춘향전의 대가인 김현룡 명예교수가 해설을 맡는다. 김현룡 교수는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자 건국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하였으며, 춘향전에 대한 강의만 20년이 넘게 해온 고전문학의 대가이다. 춘향가의 사설을 제대로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부당한 거래의 희생자, 심청
- 6. 26(목) /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
이정원 경기대 교수는 <전을 범한다(웅진지식하우스, 2010)>에서 <심청전>을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동체가 그 딸을 살해한 이야기’라는 독특한 해설을 한 바 있다. 우리가 심청전을 ‘살해’로 보지 않는 것은 공양미 삼백 석을 약속하는 것, 뱃사람에게 삼백 석에 몸을 팔기로 한 것이 자발적인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약에서 정작 모든 약속의 매개였던 심청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고 오히려 생명까지 잃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당한 거래를 ‘효’라는 가치로 덮으며 정당화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아버지와 뱃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에 ‘살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마을 사람들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아버지를 위해 자식이 죽을 수도 있다’는 효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 심청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이정원 교수가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심청가를 풀이할지 기대된다.

조조의 군사들, 서러움을 토해내다
- 6. 27(금) /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
<적벽가>에 등장하는 군사들은 모두 조조의 군사들이다. 그 이유는 전쟁에서 패한 쪽이 조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조조가 경박스럽고 잔인한 품성의 소유자로 묘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벌이는 전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군사들은 적벽대전에서 패해 무참히 죽어간다. 이날 공연에서는 적벽가를 전공한 고려대 김기형 교수의 해설로 진행된다. 조조를 포함한 적벽가에 등장하는 군사들의 설움을 김기형 교수의 해설로 함께 들어볼 수 있는 자리다.
득음의 경지에 오른 우리나라 최고 판소리 명창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판소리 다섯 바탕의 백미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의 해설이 주목할 점이긴 하나, 이번 공연의 또 다른 백미는 득음의 경지에 오른 우리나라 최고의 판소리 명창들의 무대라는 점이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 다섯 바탕인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의 ‘눈대목’을 최고의 소리로 만나볼 수 있는 무대로 특별히 기획되었다.
6월 23일 남해성 예능보유자의 수궁가를 시작으로 박송희 예능보유자의 흥보가(6월 24일), 신영희 예능보유자의 춘향가(6월 25일), 성창순 예능보유자의 심청가(6월 26일), 송순섭 예능보유자의 적벽가(6월 27일)에서 각각 백미(白眉)로 꼽히는 눈대목이 차례로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보통의 판소리 공연이 3시간에서 10시간에 이르는 ‘완창 발표’로 진행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편하게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번 공연은 각 판소리의 「눈대목」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자리이다.
“민속극장 풍류”만의 독특한 매력
공연이 펼쳐지는 “민속극장 풍류”는 공연을 관람한다기보다는 출연진의 숨소리마저 들릴 듯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다른 공연장에 비해 가까워 마치 출연진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연장이다. 이렇듯 무대와 객석의 가까운 거리는 출연자들의 입장에선 표정 하나하나, 손끝 떨림 하나하나가 그대로 전달되는 부담스러운 무대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관람객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전통예술 공연의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출연자들과의 가까운 거리로 인해 관람할 때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과 함께 공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민속극장 풍류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최고의 소리꾼과 고전문학의 전공교수들, 그리고 관람객이 판소리를 통해 우리의 삶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 관객들에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 글˚이치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홍보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