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2014.11 한국 문화 속에 등장하는 흰색 동물의 진실과 오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1-10 조회수 : 4696
고전 속 동물이야기 한국 문화 속에 등장하는 흰색 동물의 진실과 오해

한민족은 흰색을 숭상하는 민족이다. 흰색은 민족의 색이자 태양의 색이요, 하늘의 색이다. 그래서 흰색은 상서로운 서조(瑞兆·상서로운 조짐)로 여겼다. 고구려의 건국신화에 따르면 해모수는 오룡거를, 휘하들은 흰고니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다. 또한, 유화부인을 따라 다니며 고주몽을 잉태시킨 햇빛도 흰색이다. 이뿐만 아니라 혁거세의 탄생을 알린 말 등은 모두 흰색이거나 흰색의 상징이다. 신화에서 하늘과 태양과 관계있는 흰 기운, 흰 동물이 등장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받드는 왕이라는 우리 민족의 원초적 신화가 숨어 있다. 흰색은 신화적으로 새로움과 상서로움의 예조(豫兆)이다. 흰 동물을 신성시하고, 서수(瑞獸) 또는 서조(瑞兆)로 여기는 풍속은 많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했다. 예로부터 백호, 백사, 백마, 백록, 흰 까치, 흰 참새 등 흰색 동물의 출현은 좋은 일의 징조로 여겼다.

백호(白虎)는 서쪽을 지키는 신령으로 민속에서는 상상의 동물이다. “백호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영물이다.
하지만 지도자가 악행을 저지르거나 인륜을 거스르는 일이 많아지면 광포해진다”거나, “백호가 나타나면 권력자는 몸을 낮추고 부자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산전수전 겪은 호랑이가 세상 이치를 깨달으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전한다. 전통적인 백호는 고구려 벽화고분 등의 사신도에서 상상의 동물이자 서쪽의 방위신인 우백호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상상의 동물이었던 백호는 생물학적으로 희귀한 존재이다. 줄무늬 없는 백호는 전 세계에 약 20마리만 존재할 정도이고, 서울의 놀이공원에도 백호가 살고 있다. 다른 호랑이에 비해 엄청난 인기가 있는 것도 이런 문화적 배경과 생물학적 희귀성 때문일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희귀한 백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화증에 걸린 백사(白蛇)는 간혹 나타난다. 백화증은 피부의 색소세포 속에 멜라닌이 함유있지 않아 온몸이 하얗게 되는 증상이다. 이신진대사 이상증은 열성형질로 유전되기 때
문에 출현빈도가 대단히 낮다. 흰색 동물을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음에서 백사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흰 백마(白馬)! 백마의 흰색은 광명, 즉 태양의 상징이요 남성의 원리이다. 백마는 신성, 서조, 위대함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장가를 들거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표현하는 것이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거세 신화와 천마총의 천마도의 백마는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 타는 말이고, 고대 소설·시조·민요 등에서는 신랑·소년·애인·선구자·장수 등이 타고 왔다.

최근에도 흰 동물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그러나 “흰 짐승은 행운이라는 견강부회(牽强附會)”, “흰 까치, 흰 참새 등 도내 희귀동물 잇단 출현 길운(吉運)?”등 흰 동물의 출현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과 함께 신성시하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논조로 변하고 있다. “흰 동물의 알비노 개체란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적으로 색소 형성이 결여된 동물 개체를 뜻한다. 알비노 개체 동물은 보통 색소 형성이 안 돼 흰색을 띤다. 동물 전반에 걸쳐 모든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백호(白虎)나 백사(白蛇) 등이 알비노 개체인데 그 희소성 때문에 주목받지만 자연계에서 알비노 개체는 포식자에게 금방 눈에 띄는 등 생존에는 오히려 불리하다.”라는 과학적인 설명과 함께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흰 사슴이나 소,흰 뱀 등이 발견되어 신성시되기도 했었다”는 대목을 꼭 붙인다. 이러한 흰 동물의 문화적 맥락은 여우도 적용된다. 최근에 “토종 ‘백여우’ 백두산 천지에 산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반 여우였다면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겠지만, 백여우여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전통 설화 속 여우는 주로 사람을 놀리거나 괴롭히는 요물(妖物)로 묘사되지만, 흰색이라는 점 때문에 백여우라도 상서로움으로 인식한다. 예나 지금이나 흰 동물을 만난 대부분의 한국인은 “예로부터 흰 호랑이나 사슴 등 흰색 동물의 출현은 좋은 일을 암시했듯이 상서로운 기운이다”라고 반가워하고 있다.
 
1. 백호(강서중묘) 2. 백호(눈위에) 3. 천마도(국립중앙박물관, 신라) 4. 흰까치(이도영, 평양조선미술박물관) 5. 서수낙원도(흰사슴, 리움, 조선)

- 글˚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문학박사) -